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자취 첫 달, 월세 말고 진짜로 돈 나가는 건 따로 있었다


자취를 시작할 때 나는 월세만 잘 관리하면 크게 지출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방을 구할 때도 보증금과 월세 비율, 관리비 포함 여부, 주변 편의시설 등을 따져가며 최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이사하고 한 달을 살아보니, 월세보다 훨씬 더 지갑을 열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자취는 단순히 ‘사는 공간’만 확보하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살기 좋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정착 비용, 생각보다 크다

이사 첫날, 집에 들어서자마자 느꼈던 감정은 ‘비어 있음’이었다. 방이 깔끔하고 위치도 마음에 들었지만, 살림이 하나도 없었다. 수건 한 장도 없고, 커튼도 얇고, 주방엔 조리도구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이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지출이 시작됐다.

청소도구, 쓰레기통, 변기솔, 주방세제, 식기류, 커튼, 욕실매트, 건조대 등등 사야 할 물건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사다 보니 단순한 마트 쇼핑이 아니라 ‘정착 프로젝트’가 되었다. 한 번 마트에 가면 기본 3만 원,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다 보면 또 5만 원. 이렇게 일주일 사이에 40만 원 넘는 돈이 나갔다.

가장 아까웠던 지출은 ‘두 번 사야 했던 물건’들이었다. 급하게 사서 쓰다 보니 품질이 마음에 안 들거나 사이즈가 안 맞아서 결국 다시 사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커튼이 너무 얇아 햇빛이 다 들어와서 결국 암막커튼으로 다시 바꿨고, 저렴한 전기포트를 샀다가 누수가 발생해 결국 브랜드 제품으로 다시 구매했다. 처음부터 꼼꼼히 비교하고 고를 시간이 없었기에 생긴 비용 낭비였다.

식비와 배달비, 생각보다 무섭다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처음 몇 주는 대부분의 끼니를 배달 음식으로 때웠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무서운 지출이었다. 혼자 먹는데도 1만 원은 기본이고, 배달팁 3천 원은 옵션처럼 따라붙었다. 가끔 음료나 사이드 메뉴를 추가하면 1만5천 원을 훌쩍 넘겼다. 하루 한 끼만 시켜도 한 달이면 40만 원 가까운 돈이다.

처음엔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몇 번 먹다 보니 느끼고 짜고 질리는 느낌이 왔다. 몸도 무겁고, 음식물 쓰레기도 늘어났다. 결국 냉장고를 채우기로 하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요리를 해본 적이 없으니 뭘 사야 할지도 몰랐고, 필요 없는 걸 샀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일도 있었다.

이후로는 간단한 재료만 사서 한 끼씩 요리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미리 식단을 정하고, 꼭 필요한 재료만 사서 며칠씩 돌려 먹는 식이었다. 그렇게 하니 식비가 절반 이상 줄었다. 다만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행착오와 지출을 생각하면, 첫 달의 비용은 단순히 생활비가 아니라 ‘학습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취를 시작하면 가장 큰 부담은 월세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활을 세팅해가는 과정에서 훨씬 많은 지출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으니 비효율적인 소비도 많고, 경험이 없으니 불필요한 물건도 사게 된다. 월세 외에 최소 50만 원 이상의 여유 자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금액이 없다면 생활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계속 허덕이게 될 수 있다. 자취는 공간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내 생활’로 만드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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