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자취를 결심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친구들은 “이제 진짜 어른 됐네” 하며 부러워했고, 부모님은 “살아보면 알게 될 거다”라며 걱정을 감추지 않으셨다. 그때 나는 다 안다고 생각했다. 밥 차려먹고, 빨래하고, 청소하면서 살면 되는 거 아냐?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막상 독립 후 몇 달이 지나자, 예전에 흘려 들었던 부모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뼈에 사무치게 떠올랐다. 그때는 잔소리로 들렸지만, 지금은 인생 조언이었다는 걸 안다.
‘귀찮다고 미루지 마라’는 말, 가장 뼈저리게 느낀 조언
나는 평소에도 귀찮은 걸 잘 미루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혼자 살면서 이게 더 심해졌다. 빨래는 쌓아두고, 설거지는 다음 날로 미루고, 청소는 다음 주로 넘겼다. 어느 순간 집 안은 먼지투성이, 싱크대엔 그릇이 쌓이고, 빨래는 냄새가 배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늘 하시던 말이 있다. “귀찮다고 넘기면 더 귀찮아져.” 그 말이 이제야 와닿는다. 한 번에 처리하면 5분이면 끝날 일을 이틀 미루면 30분짜리 대공사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지금은 작고 간단한 일일수록 즉시 처리하려고 한다. 설거지는 먹고 바로, 빨래는 그날 넣고, 쓰레기는 바로 버린다.
이런 루틴 하나하나가 결국 나를 편하게 해준다는 걸, 독립하고 나서야 배웠다.
‘돈은 나갈 땐 정말 순식간이다’라는 말의 진짜 의미
자취를 하면 오히려 돈을 아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외식도 줄이고, 교통비도 덜 들고, 생활비만 잘 관리하면 문제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월급날 받은 돈이 두 주도 안 되어 반 이상 사라지는 걸 보며 충격을 받았다.
고정비인 월세와 공과금, 생활비, 식비, 배달비, 잡다한 생필품까지 하나씩 빠져나가다 보면 통장은 언제 비었는지도 모르게 바닥을 친다. 부모님은 항상 “지출은 계획하고, 통장은 나눠 써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땐 복잡하게 뭘 그렇게 하냐고 넘겼다.
지금은 그 조언 그대로 실천 중이다. 고정 지출용 계좌, 생활비용 계좌, 비상금 통장으로 나눠서 쓰고 있다.
이 구조를 갖추고 나니 최소한 ‘이번 달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다’는 감이 생긴다. 부모님이 강조했던 ‘돈을 지키는 습관’이란 게 결국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이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독립은 자유롭지만,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혼자 사는 건 혼자 선택하고, 혼자 감당하는 일의 연속이다. 부모님이 해주셨던 말들은 어쩌면 미래의 내 삶을 위한 ‘사용설명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알겠다.
그 말을 진작 들을 걸, 그게 나를 훨씬 편하게 해줄 수 있었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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