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주말이 달라졌다.
누구와 약속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누가 깨워주지도 않고, 밥 먹자고 부르지도 않고, 심지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하루가 끝나는 날도 있다.
처음엔 이런 게 너무 좋았다. 침대에서 뒹굴고, 하고 싶은 거 하다가,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되는 완전한 자유.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주말이 슬슬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냥 뭔가… 허무했다.
그래서 나는 '혼자 노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게 지금의 혼자 놀기 루틴이다. 주말에 집에서 뭘 해야 할지 몰라 넷플릭스만 돌리다 시간 날리는 사람들,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오전: 느긋하지만 의미 있게 보내는 나만의 시간
주말이라고 늦잠만 자면 아까운 느낌이 들어서 알람은 평일보다 1~2시간만 늦게 맞춰둔다. 기상 후에는 일단 창문을 열고 커튼을 젖힌다. 햇빛이 들어오면 그제야 ‘아, 주말이구나’ 싶다.
그다음은 커피 한 잔. 원두를 직접 갈진 않더라도 드립백 하나 뜯어 마시면 괜히 분위기가 산다. 컵도 평소와는 다른 머그컵으로 바꿔주면 기분 전환이 된다.
커피를 마시며 ‘주간 다이어리’를 쓰는 것도 좋은 루틴이다.
한 주 동안 뭘 했는지, 뭐가 좋았는지, 다음 주엔 뭘 하고 싶은지를 적어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이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스스로를 점검하고 위로하는 시간이다. 괜히 혼자 사는 게 덜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식사는 간단하게. 배달이 아닌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간단한 한 끼를 만들어 먹는 걸 추천한다. 계란후라이, 김, 밥, 참기름만 있어도 그럴싸한 한 상이 된다. 평소보다 천천히, 예쁘게 플레이팅 해보는 것도 혼자 노는 재미 중 하나다.
오후: 취향을 밀도 있게 즐기는 나만의 시간
점심을 먹고 나면 진짜 ‘혼자 노는 시간’이 시작된다.
나는 보통 3가지 중 하나를 고른다: 산책, 콘텐츠 몰아보기, 혼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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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집 근처 산책로, 공원, 카페 골목 등 ‘한 시간 정도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미리 정해놓는다. 이어폰 끼고 좋아하는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걷다 보면 생각보다 기분이 정돈된다. 특히 햇빛을 쬐는 건 멘탈 관리에도 좋다. -
콘텐츠 몰아보기
보고 싶었던 드라마, 유튜브 시리즈, 책을 미뤄뒀다가 주말 오후에 몰아본다. 포인트는 ‘작정하고 본다’는 자세다. 휴대폰으로 보지 말고 노트북이나 TV 연결해서, 조명도 어둡게 하고, 간식도 챙기고, 극장처럼 분위기를 세팅해준다. 집중도가 달라진다. -
혼자 프로젝트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하나 정해서 파보는 시간이다. 예를 들어, 블로그 글쓰기, 포토샵 연습, 온라인 강의 듣기, 간단한 DIY 등. 꼭 생산적인 일이 아니어도 괜찮다. ‘내가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기분’이 드는 게 핵심이다.
저녁이 되면 간단한 요리를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요리는 혼자 놀기의 가장 실용적인 방법이다. 새로운 레시피를 따라 하거나, 평소 안 해보던 요리를 시도해보면 성취감도 있고, 결과물을 바로 먹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그리고 요리하는 동안 의외로 스트레스도 풀린다.
혼자 노는 건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시간이 된다.
주말은 누구와 보내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나와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어디 안 나가도, 누구 안 만나도,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하루는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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