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하면 모든 게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혼날 일도 없다. 방 안에서 하루 종일 누워 있어도 문제 될 게 없고,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처음엔 이게 너무 좋았다. 진짜 내 삶이 시작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달라졌다. 혼자라는 사실이 점점 무겁게 느껴졌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많아졌고, 쌓인 빨래와 설거지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뭘 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퇴근 후에도 소파에만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게 바로 많은 자취생들이 말하는 '혼자 사는 외로움'이고, 일종의 무기력과 우울이다.
나도 이런 시기를 겪었고, 그때마다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몇 가지 실천을 해왔다.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닌, 실제로 내 삶을 조금씩 바꿔준 멘탈 관리 방법을 정리해본다.
작은 루틴이 나를 지탱해줬다
우울감의 가장 큰 특징은 '무기력'이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어지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금세 흘러간다. 나도 주말이 되면 12시간씩 자고, 일어나서 핸드폰만 보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살면 진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루틴 만들기'였다. 대단한 것도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개기, 창문 열기, 물 한 잔 마시기부터 정했다. 처음엔 귀찮았지만, 하루 이틀 실천하다 보니 몸이 자동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하루 한 가지 ‘완료한 일’을 기록했다. 간단한 설거지, 세탁기 돌리기, 장보기 등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해주는 습관을 들였다.
이 작은 행동들이 모여서 하루의 리듬을 만들었고, 생각보다 빠르게 멘탈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잘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해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나를 다시 일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스스로 꾸미기
혼자 사는 공간이 곧 나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이 맞았다. 방이 어질러져 있으면 마음도 산만해지고, 정리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머릿속까지 정돈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자취방을 조금씩 바꿔 나갔다. 책상 위에 있던 쓰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벽에 좋아하는 문구나 엽서를 붙였다. 침대 옆에는 따뜻한 조명을 두고, 자기 전에는 간단한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틀었다. 집이 단순한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공간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SNS나 뉴스처럼 자극적인 콘텐츠 소비를 줄이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늘렸다. 스마트폰을 침대에서 멀리 두고,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억지로 나갔지만, 햇빛을 쬐고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가끔은 카페에 나가 노트북을 켜고 일기를 쓰거나, 계획을 정리해보기도 했다. 이런 시간이 ‘나를 돌보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혼자 사는 건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무기력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과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멘탈 관리에 정답은 없지만, 스스로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분명히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삶이 가라앉을 때는 억지로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천천히 다시 숨 쉬게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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