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처음 시작할 때 방의 위치나 크기, 월세는 꼼꼼히 따졌지만 ‘방음’은 그냥 “요즘 건물은 다 비슷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넘겼다. 하지만 막상 혼자 살면서 가장 먼저 마주친 불편함은 의외로 소음이었다. 옆집에서 새벽까지 들리는 TV 소리, 위층에서 쿵쾅거리는 발소리, 복도에서 울리는 문닫는 소리까지.
생각보다 소리는 쉽게 벽을 타고 넘어오고, 그게 하루 이틀 누적되면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계약 기간은 남아 있고,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나처럼 방음 안 되는 자취방에 살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집 전체를 리모델링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소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내가 직접 시도했던 몇 가지 현실적인 방법들을 공유해본다.
가구 배치와 흡음소재 활용으로 기본 차단
방음이 안 되면 소리를 막는 것보다 ‘소리를 흡수’하는 쪽으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다. 내가 제일 먼저 했던 건 벽에 딱 붙어 있던 침대를 다른 쪽 벽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옆집과 맞닿은 벽이 침대 뒤였기 때문에, 소음이 직접적으로 전달됐던 것이다. 침대를 다른 벽으로 옮기고, 사이에 옷장을 배치했더니 실제로 체감되는 소음이 줄었다.
그다음은 커튼과 러그였다. 방음에 효과적인 건 암막커튼처럼 두꺼운 소재다. 창문뿐 아니라 옆벽에도 천을 걸 수 있다면 더 좋다. 나는 벽걸이 봉을 이용해 방 한쪽 벽에 커튼을 하나 더 설치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소리 울림이 줄어들었다. 바닥엔 러그를 깔아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소음을 줄였고, 내 귀에도 좀 더 정숙한 공간이 되었다.
가성비 좋은 흡음 아이템으로는 ‘방음폼’이 있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테이프로 부착하는 방식이라 벽지 손상도 크지 않다. 나는 주방과 방 사이 문에도 문풍지를 붙이고, 틈새를 막는 방음 패드를 덧댔다. 이런 조합만으로도 외부 소음이 확실히 줄었고, 내 목소리나 TV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도 덜했다.
심리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백색소음 활용
물리적인 방음 대책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소음을 없애는 게 아니라, 덜 느끼게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백색소음이었다. 일정한 소리로 다른 잡음을 상쇄하는 방식인데, 예를 들면 선풍기 소리, 에어컨 바람 소리, 조용한 음악 같은 것들이 있다.
나는 잠자기 전이나 작업할 때 유튜브에서 백색소음 영상을 틀어놓는다. ‘비 내리는 소리’, ‘벽난로 타는 소리’, ‘바람 소리’ 등 선택할 수 있는 소리가 다양하다. 이게 처음엔 별 효과 없어 보이지만, 반복해서 듣다 보면 외부 소음보다 익숙한 소리가 귀에 먼저 들어와 스트레스가 확 줄어든다.
또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나 귀마개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나는 집중이 필요한 날에는 저렴한 유선 이어폰으로 조용한 재즈나 로파이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을 한다. 이렇게 일정한 소리에 익숙해지면 외부 소음에 대한 민감도가 줄어든다.
소음은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강력한 요소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자취방의 구조와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핵심이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소음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취 생활을 훨씬 편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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