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시작하면 왠지 모르게 이것저것 사고 싶어진다. 내 공간이 생겼다는 들뜬 기분에 “이건 있어야지”, “이것도 필요하겠지” 하며 장바구니를 채운다. 나도 첫 자취방에 입주할 때, 필요한 물건들 외에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아이템들을 무턱대고 구매했다. 그 결과,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왜 이걸 샀지?”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물론 사람마다 생활 패턴이 다르니 후회의 기준도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전혀 필요 없었던 소비가 분명 있었다. 아래는 실제로 내가 자취 초기에 구매했다가 거의 쓰지 않거나, 아예 방 한쪽에 쌓여만 있었던 지출 리스트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며 공유해본다.
1. 전자레인지 전용 계란찜기, 단 한 번 쓰고 봉인
계란찜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광고에 혹해서 구매했다. 물을 넣고 계란을 깨뜨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부드러운 계란찜이 완성된다는 제품이었다. 문제는 맛도 식감도 별로였고, 세척이 번거롭다는 점이었다. 결국 한 번 쓰고 싱크대 아래에 방치됐다. 차라리 냄비나 프라이팬으로 직접 하는 게 더 깔끔했다.
2. 예쁜 인테리어 소품, 기능보다 ‘모양’에 혹한 결과
감성 조명을 찾다가 LED 무드등, 작은 인형, 캔들 워머 같은 걸 잔뜩 샀다. 문제는 자취방이 생각보다 좁고, 청소하기도 버거운 공간이라는 점이다. 소품이 많아질수록 먼지도 쌓이고, 청소가 귀찮아졌다. 결국 방이 예쁘기는커녕 지저분해 보였고, 대부분의 소품은 박스에 다시 들어갔다.
3. 자취템이라고 유명한 키친타월 홀더와 수납함
SNS에서 ‘자취 필수템’이라고 소개한 키친타월 홀더, 수저 정리함, 회전형 수납함 등을 한꺼번에 샀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구조상 주방 공간을 더 좁게 만들었고, 정작 정리는 귀찮아서 쓰지 않게 되었다. 결국 최소한의 수납만 남기고 나머지는 중고로 처분했다.
4. 10개들이 식기 세트와 고급 수저 세트
혼자 사는데 왜 10개씩이나 필요했을까? 손님이 자주 오는 것도 아닌데 접시, 그릇, 머그컵을 세트로 산 건 과한 선택이었다. 설거지 거리는 늘었고, 대부분은 그대로 선반에 쌓여 있었다. 지금은 1~2인용 그릇만 돌려 쓰며, 필요할 때만 추가로 꺼낸다. 수저도 고급 스테인리스 세트 대신 다이소 제품으로 충분했다.
5. 운동기구, 옷걸이로 전락하다
홈트레이닝을 하겠다며 실내용 스텝퍼와 요가 매트를 구매했다. 처음 며칠은 열심히 사용했지만, 곧 귀찮아졌고, 스텝퍼는 빨래 널이용으로 바뀌었다. 운동 기구는 가격도 비싸고, 자리도 많이 차지한다. 차라리 스트레칭 밴드나 아령처럼 작은 소도구를 활용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충동구매보다 중요한 건 생활 패턴 파악
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 지출의 공통점은 ‘실제 생활을 해보기 전엔 몰랐던 것들’이라는 점이다. 자취 초반에는 내 생활 패턴이 어떤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괜히 이것저것 미리 사두는 일이 많다. 하지만 진짜 필요한 물건은 대부분 한두 달 살아보면 자연스럽게 파악된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사지 말고 일단 버텨보기’다. 꼭 필요한 것이라면 몇 번의 불편함 끝에 다시 생각나게 되어 있다. 그런 물건만 골라 사면 낭비도 줄고, 공간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자취는 혼자 사는 삶이지만, 물건과의 관계를 정리해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꼭 필요한 물건만으로도 충분히 편안한 자취생활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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