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원룸 계약할 때 부동산에서 안 알려주는 5가지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 가장 어렵고 두려웠던 단계는 단연 ‘방 구하기’였다. 나는 여러 부동산을 돌며 발품을 팔았고, 그 중 한 곳에서 마음에 드는 원룸을 발견해 급하게 계약을 진행했다. 가격도 괜찮고, 위치도 역세권이라 만족했지만 막상 살다 보니 계약 당시에는 전혀 듣지 못했던 문제가 하나둘씩 나타났다. 부동산은 알려주지 않았고, 나도 물어보지 않았던 자잘하지만 중요한 정보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겪은 ‘살기 전엔 몰랐던’ 5가지 포인트를 공유하려 한다.

방음은 사진으로 알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방을 볼 때 외관과 내부 구조, 인테리어만 본다. 나 역시 그랬다. 사진 속 깔끔한 화이트톤 벽지와 광택 있는 바닥에 만족했고, "건물도 조용한 편이에요"라는 부동산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했다. 그런데 입주 후 며칠 지나지 않아 후회를 시작했다. 옆집 TV 소리, 위층에서 뛰는 소리, 복도 지나가는 발소리까지 너무 선명하게 들렸던 것이다.

문제는 이게 구조적인 방음이 아닌 이상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이어폰을 껴도 완전히 차단되지 않고, 귀마개를 해도 잠을 설치게 된다. 계약 전에 방음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낮이나 저녁 시간대에 직접 방문해 귀 기울여보는 것이다. 가능한 한 조용히 방 안에 앉아 10분 정도 있어 보면 대략적인 소음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건물의 층간 구조나 벽 두께도 중요한데, 특히 오래된 건물일수록 방음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관리비 포함’이라는 말의 함정

부동산에서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관리비 포함이에요.” 이 말은 정말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떤 곳은 전기, 수도, 인터넷까지 모두 포함인 반면, 어떤 곳은 단순히 청소비 정도만 포함된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 월세 40만 원에 관리비 5만 원이 포함된다고 해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 관리비는 단지 건물 청소와 쓰레기 수거 비용에 불과했다. 실제로는 인터넷과 공용 전기요금, 개인 가스요금이 별도로 나왔고 결국 실질적인 부담은 훨씬 더 컸다.

게다가 ‘공과금 별도’라고만 써 있는 계약서는 더 주의가 필요하다. 인터넷, 수도, 전기, 가스 중 어떤 항목이 포함되고 어떤 것이 제외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은 종종 세입자가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설치비와 약정 부담까지 발생한다. 이런 정보를 계약 전에 물어보지 않으면 나중에 뒤늦게 알게 되어 당황하게 된다.

이 외에도 실제로 살기 전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어, 건물 앞 도로에 밤늦게까지 술집 차량이 몰려 시끄럽다든가,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아 습기가 많다든가, 배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문제는 계약할 때는 전혀 언급되지 않지만, 거주자가 직접 살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그 뒤로 원룸을 구할 때 항상 아래 세 가지를 직접 확인한다. 첫째, 방음 상태. 둘째, 햇빛과 통풍. 셋째, 관리비 상세 내역. 이 세 가지만 제대로 확인해도 실패 확률이 확 줄어든다. 부동산은 매물을 소개해줄 뿐, 내 삶까지 보장해주지 않는다. 결국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은 본인에게 돌아온다. 자취를 시작하려는 이들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길 바라며, 다음 방 계약 때는 반드시 이 다섯 가지를 직접 체크해보기를 추천한다.

자취 첫 달, 월세 말고 진짜로 돈 나가는 건 따로 있었다


자취를 시작할 때 나는 월세만 잘 관리하면 크게 지출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방을 구할 때도 보증금과 월세 비율, 관리비 포함 여부, 주변 편의시설 등을 따져가며 최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이사하고 한 달을 살아보니, 월세보다 훨씬 더 지갑을 열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자취는 단순히 ‘사는 공간’만 확보하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살기 좋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정착 비용, 생각보다 크다

이사 첫날, 집에 들어서자마자 느꼈던 감정은 ‘비어 있음’이었다. 방이 깔끔하고 위치도 마음에 들었지만, 살림이 하나도 없었다. 수건 한 장도 없고, 커튼도 얇고, 주방엔 조리도구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이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지출이 시작됐다.

청소도구, 쓰레기통, 변기솔, 주방세제, 식기류, 커튼, 욕실매트, 건조대 등등 사야 할 물건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사다 보니 단순한 마트 쇼핑이 아니라 ‘정착 프로젝트’가 되었다. 한 번 마트에 가면 기본 3만 원,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다 보면 또 5만 원. 이렇게 일주일 사이에 40만 원 넘는 돈이 나갔다.

가장 아까웠던 지출은 ‘두 번 사야 했던 물건’들이었다. 급하게 사서 쓰다 보니 품질이 마음에 안 들거나 사이즈가 안 맞아서 결국 다시 사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커튼이 너무 얇아 햇빛이 다 들어와서 결국 암막커튼으로 다시 바꿨고, 저렴한 전기포트를 샀다가 누수가 발생해 결국 브랜드 제품으로 다시 구매했다. 처음부터 꼼꼼히 비교하고 고를 시간이 없었기에 생긴 비용 낭비였다.

식비와 배달비, 생각보다 무섭다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처음 몇 주는 대부분의 끼니를 배달 음식으로 때웠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무서운 지출이었다. 혼자 먹는데도 1만 원은 기본이고, 배달팁 3천 원은 옵션처럼 따라붙었다. 가끔 음료나 사이드 메뉴를 추가하면 1만5천 원을 훌쩍 넘겼다. 하루 한 끼만 시켜도 한 달이면 40만 원 가까운 돈이다.

처음엔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몇 번 먹다 보니 느끼고 짜고 질리는 느낌이 왔다. 몸도 무겁고, 음식물 쓰레기도 늘어났다. 결국 냉장고를 채우기로 하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요리를 해본 적이 없으니 뭘 사야 할지도 몰랐고, 필요 없는 걸 샀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일도 있었다.

이후로는 간단한 재료만 사서 한 끼씩 요리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미리 식단을 정하고, 꼭 필요한 재료만 사서 며칠씩 돌려 먹는 식이었다. 그렇게 하니 식비가 절반 이상 줄었다. 다만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행착오와 지출을 생각하면, 첫 달의 비용은 단순히 생활비가 아니라 ‘학습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취를 시작하면 가장 큰 부담은 월세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활을 세팅해가는 과정에서 훨씬 많은 지출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으니 비효율적인 소비도 많고, 경험이 없으니 불필요한 물건도 사게 된다. 월세 외에 최소 50만 원 이상의 여유 자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금액이 없다면 생활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계속 허덕이게 될 수 있다. 자취는 공간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내 생활’로 만드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