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 가장 어렵고 두려웠던 단계는 단연 ‘방 구하기’였다. 나는 여러 부동산을 돌며 발품을 팔았고, 그 중 한 곳에서 마음에 드는 원룸을 발견해 급하게 계약을 진행했다. 가격도 괜찮고, 위치도 역세권이라 만족했지만 막상 살다 보니 계약 당시에는 전혀 듣지 못했던 문제가 하나둘씩 나타났다. 부동산은 알려주지 않았고, 나도 물어보지 않았던 자잘하지만 중요한 정보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겪은 ‘살기 전엔 몰랐던’ 5가지 포인트를 공유하려 한다.
방음은 사진으로 알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방을 볼 때 외관과 내부 구조, 인테리어만 본다. 나 역시 그랬다. 사진 속 깔끔한 화이트톤 벽지와 광택 있는 바닥에 만족했고, "건물도 조용한 편이에요"라는 부동산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했다. 그런데 입주 후 며칠 지나지 않아 후회를 시작했다. 옆집 TV 소리, 위층에서 뛰는 소리, 복도 지나가는 발소리까지 너무 선명하게 들렸던 것이다.문제는 이게 구조적인 방음이 아닌 이상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이어폰을 껴도 완전히 차단되지 않고, 귀마개를 해도 잠을 설치게 된다. 계약 전에 방음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낮이나 저녁 시간대에 직접 방문해 귀 기울여보는 것이다. 가능한 한 조용히 방 안에 앉아 10분 정도 있어 보면 대략적인 소음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건물의 층간 구조나 벽 두께도 중요한데, 특히 오래된 건물일수록 방음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관리비 포함’이라는 말의 함정
부동산에서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관리비 포함이에요.” 이 말은 정말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떤 곳은 전기, 수도, 인터넷까지 모두 포함인 반면, 어떤 곳은 단순히 청소비 정도만 포함된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 월세 40만 원에 관리비 5만 원이 포함된다고 해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 관리비는 단지 건물 청소와 쓰레기 수거 비용에 불과했다. 실제로는 인터넷과 공용 전기요금, 개인 가스요금이 별도로 나왔고 결국 실질적인 부담은 훨씬 더 컸다.게다가 ‘공과금 별도’라고만 써 있는 계약서는 더 주의가 필요하다. 인터넷, 수도, 전기, 가스 중 어떤 항목이 포함되고 어떤 것이 제외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은 종종 세입자가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설치비와 약정 부담까지 발생한다. 이런 정보를 계약 전에 물어보지 않으면 나중에 뒤늦게 알게 되어 당황하게 된다.
이 외에도 실제로 살기 전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어, 건물 앞 도로에 밤늦게까지 술집 차량이 몰려 시끄럽다든가,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아 습기가 많다든가, 배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문제는 계약할 때는 전혀 언급되지 않지만, 거주자가 직접 살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그 뒤로 원룸을 구할 때 항상 아래 세 가지를 직접 확인한다. 첫째, 방음 상태. 둘째, 햇빛과 통풍. 셋째, 관리비 상세 내역. 이 세 가지만 제대로 확인해도 실패 확률이 확 줄어든다. 부동산은 매물을 소개해줄 뿐, 내 삶까지 보장해주지 않는다. 결국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은 본인에게 돌아온다. 자취를 시작하려는 이들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길 바라며, 다음 방 계약 때는 반드시 이 다섯 가지를 직접 체크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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